날이 풀리면 두꺼운 겨울옷을 정리해 넣게 되는데, 이때 어떻게 넣어두느냐에 따라 다음 겨울에 꺼냈을 때의 상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급하게 접어 넣은 패딩은 복원되지 않고 납작해져 있고, 니트는 어깨가 늘어나 있거나 좀먹은 구멍이 나 있기도 하죠. 겨울옷 보관의 핵심은 딱 세 가지입니다. 반드시 세탁해서 넣기, 소재에 맞게 걸거나 접기, 그리고 습기와 벌레를 차단하기. 이 순서만 지켜도 옷 수명이 몇 년은 늘어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세탁입니다. 겉보기에 깨끗해 보여도 겨울옷에는 땀, 피지, 음식물 냄새, 미세먼지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오염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산화되면서 누런 변색으로 올라오고, 무엇보다 옷좀나방 유충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됩니다. 좀이 생기는 옷은 대부분 "한두 번밖에 안 입어서" 그냥 넣어둔 옷입니다. 한 번이라도 입었다면 세탁하고,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다면 비닐 커버는 반드시 벗겨서 보관하세요. 드라이 비닐은 운반용이라 그대로 두면 잔류 용제와 습기가 갇혀 냄새와 변색의 원인이 됩니다.
패딩은 집 세탁기로도 충분히 빨 수 있습니다. 먼저 소매 끝, 목깃, 주머니 입구처럼 때가 잘 타는 부분에 중성세제를 묽게 풀어 칫솔로 살살 문질러 둡니다. 그다음 지퍼와 벨크로를 모두 잠그고 뒤집어서, 울코스나 이불코스에 미지근한 물(30도 이하)로 돌립니다. 이때 일반 가루세제 대신 중성세제를 쓰고, 섬유유연제는 넣지 마세요. 다운의 유분을 손상시켜 복원력이 떨어집니다. 탈수는 약하게 두 번 정도 나눠서 하고, 건조할 때는 반드시 옷걸이가 아니라 평평하게 눕혀 말린 뒤 마지막에만 걸어 마무리합니다. 다 마른 후에는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거나 털어서 뭉친 솜을 풀어주세요.
울 코트와 캐시미어는 물세탁 대신 드라이클리닝이 기본입니다. 다만 매 시즌 드라이를 맡길 필요는 없고, 시즌 마지막에 한 번 맡겨서 깨끗한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드라이를 맡길 여유가 없다면 옷솔로 결을 따라 먼지를 털어내고, 옷걸이에 걸어 스팀다리미를 10cm 정도 띄워 쐬어준 뒤 그늘에서 하루 말려 보관해도 냄새와 구김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니트와 스웨터는 무조건 접어서 보관합니다. 걸어두면 자체 무게 때문에 어깨 부분이 늘어나고 옷걸이 자국이 남습니다. 세탁 후에는 세탁망에 넣어 울코스로 돌리거나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어 조물조물 눌러 빨고, 비틀어 짜지 말고 수건 사이에 끼워 물기를 흡수시킨 뒤 평평하게 눕혀 말리세요. 접을 때는 소매를 뒤로 접어 직사각형으로 만든 다음 두세 번 접어 서랍에 세워서 넣으면 눌림도 덜하고 한눈에 찾기도 쉽습니다.
보관 방식은 소재에 따라 나눠야 합니다. 걸어서 보관할 옷은 코트, 자켓, 정장처럼 형태가 중요한 겉옷이고, 어깨가 넓은 두꺼운 옷걸이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철사 옷걸이는 어깨에 뿔이 생기니 피하세요. 접어서 보관할 옷은 니트, 기모 맨투맨, 목도리, 내복류입니다. 압축팩은 편리하지만 쓸 옷을 가려야 합니다. 솜 점퍼, 기모 이불, 극세사 담요처럼 복원력이 좋은 화학섬유는 압축해도 괜찮지만, 거위털·오리털 패딩과 캐시미어는 압축하면 충전재가 부러지거나 눌려 다시 부풀지 않습니다. 다운 패딩은 부직포 커버에 넉넉하게 넣어 걸거나, 눌리지 않을 정도로만 접어 위쪽 칸에 두세요.
마지막은 습기와 벌레 차단입니다. 옷을 넣기 전에 옷장 내부를 마른 걸레로 닦고 반나절 정도 문을 열어 완전히 말립니다. 제습제는 습기가 아래로 가라앉으므로 옷장 바닥 쪽에, 방충제는 성분이 아래로 퍼지므로 옷 위쪽이나 선반 위에 두는 것이 맞습니다. 방충제는 옷에 직접 닿지 않게 하고, 종류가 다른 제품(나프탈렌과 파라디클로로벤젠 등)을 섞어 쓰면 녹아서 옷에 얼룩이 생길 수 있으니 한 종류만 쓰세요. 옷장에 옷을 너무 빽빽하게 채우지 말고 손이 들어갈 정도의 여유를 남기면 통풍이 되어 냄새와 곰팡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보관해둔 뒤에도 장마철에 한 번쯤 옷장 문을 열어 반나절 환기시키고 제습제 상태를 확인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 꺼낼 때는 바로 입지 말고, 하루 정도 그늘진 곳에 걸어 바람을 쐬어 보관 냄새를 날린 뒤 입으시면 훨씬 쾌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