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은 한 번 누레지면 되살리는 데 몇 배의 시간이 듭니다. 그래서 흰옷 관리의 핵심은 "누레진 걸 되살리기"가 아니라 "누레지지 않게 세탁하고 보관하기"에 있습니다. 흰옷이 변색되는 원인은 대부분 세 가지입니다. 옷에 남은 땀과 피지가 산화되는 것, 세제와 섬유유연제가 헹궈지지 않고 섬유에 남는 것, 그리고 습기와 어둠 속에서 오래 방치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세탁과 보관 단계에서 차단하면 흰옷은 몇 년을 입어도 색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stack of gray plastic packs

먼저 세탁 전 분류입니다. 흰옷은 반드시 다른 색 옷과 분리해서 세탁하세요. 특히 회색, 베이지, 연한 파스텔톤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지만 미세하게 이염되어 흰색이 탁해집니다. 새 옷이거나 진한 색 옷과 섞였던 적이 있다면 더 주의해야 합니다. 또 흰옷끼리 모으더라도 소재를 한 번 더 나눠주세요. 면과 마는 튼튼해서 따뜻한 물과 강한 코스를 견디지만, 폴리에스터 혼방이나 레이온, 실크, 니트류는 뜨거운 물에서 오히려 누레지거나 줄어듭니다.

세탁 전 5분만 투자해 부분 처리를 해두면 결과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티셔츠 목깃, 셔츠 소매 끝, 겨드랑이처럼 피지와 땀이 몰리는 부분에 주방세제나 액체세제를 원액으로 조금 바르고 손가락으로 문질러 5~10분 둡니다. 여기에 부드러운 칫솔로 결 방향대로 살살 밀어주면 찌든 부분이 훨씬 잘 빠집니다. 이때 절대 뜨거운 물을 바로 붓지 마세요. 단백질 성분 오염은 열을 받으면 섬유에 굳어버립니다.

white textile on blue plastic laundry basket

본세탁에서는 물 온도와 세제 양이 관건입니다. 면 흰옷은 40도 전후의 미온수가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찬물에서는 세제의 효소와 표백 성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60도가 넘어가면 프린트나 고무밴드 부분이 상합니다. 세제는 많이 넣을수록 하얘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입니다. 과하게 넣은 세제는 헹굼으로 다 빠지지 않고 섬유 사이에 남아 시간이 지나며 노랗게 굳습니다. 권장량의 딱 그만큼만 쓰고, 대신 헹굼을 한 번 추가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man in white button up shirt

흰옷을 한 단계 더 하얗게 하고 싶다면 산소계 표백제(과탄산소도) 한 스푼을 함께 넣으세요. 40~50도 물에 세제와 함께 풀어 30분 담갔다가 세탁하면 색은 지키면서 얼룩만 분해됩니다. 염소계 표백제는 면 100% 무늬 없는 흰옷에만, 그리고 아주 드물게 쓰는 게 좋습니다. 염소계를 반복해서 쓰면 섬유의 형광증백제가 벗겨지면서 오히려 회색빛이 돌고, 폴리에스터가 섞인 옷은 역반응으로 누레집니다. 섬유유연제도 흰옷에는 최소한만 쓰세요. 유연제는 섬유 표면에 코팅막을 남기는데, 이 막이 피지와 먼지를 붙잡아 변색을 가속합니다.

건조는 흰옷 관리에서 가장 저평가된 단계입니다. 흰옷은 되도록 햇빛에 말리세요. 자연광의 자외선이 약한 표백 작용을 해주기 때문에 흰옷만은 예외적으로 직사광선이 유리합니다. 단, 폴리에스터 혼방이나 기능성 소재는 장시간 직사광선에서 노랗게 변할 수 있어 그늘에서 통풍 건조하는 게 안전합니다. 어떤 소재든 반건조 상태로 옷장에 넣는 건 최악입니다. 남은 습기가 곰팡이와 누런 반점의 원인이 됩니다. 만져봤을 때 시원한 느낌이 남아 있으면 아직 덜 마른 것이니 한 시간 더 말려주세요.

white dress shirt hangign on clothes

보관 단계로 넘어가면 규칙은 간단합니다. 첫째, 한 번이라도 입은 흰옷은 반드시 세탁한 뒤 넣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땀과 피지가 보관 중에 산화되어 노랗게 올라오기 때문에, 겉보기에 깨끗해도 그냥 걸어두면 다음 계절에 목깃이 누레져 있습니다. 둘째, 비닐 커버는 벗기세요. 세탁소 비닐은 습기를 가두고 가소제가 섬유와 반응해 변색을 일으킵니다. 장기 보관이 필요하면 통기성 있는 부직포 커버로 바꿔주세요.

셋째, 흰 셔츠와 블라우스는 옷걸이에 걸어 보관하고, 흰 니트와 티셔츠는 접어서 눕혀 보관합니다. 니트를 걸어두면 어깨가 늘어나고 접힌 자리가 산화되어 선처럼 변색되기도 합니다. 넷째, 옷장 안에 습기 제거제를 두고 옷 사이에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세요. 옷이 빽빽하면 통풍이 안 돼 습기가 고이고, 눌린 자리부터 누레집니다. 다섯째, 방충제를 쓸 때는 옷에 직접 닿지 않게 옷 위쪽에 두세요. 좀약이 직접 닿으면 그 자리에 얼룩이 남습니다.

assorted clothes in wooden hangers

마지막으로 계절 보관 팁 하나. 흰옷을 오래 넣어둘 때는 옷 사이사이에 하얀 한지나 흰 면천을 끼워주면 마찰과 습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신문지는 습기를 잘 먹지만 잉크가 묻을 수 있으니 흰옷에는 쓰지 마세요.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 옷을 꺼냈을 때는 바로 입지 말고 하루 정도 통풍시킨 뒤 입으면 보관 냄새 없이 깔끔하게 입을 수 있습니다. 세탁 때 세제 덜 넣기, 헹굼 한 번 더, 완전 건조, 비닐 벗기기. 이 네 가지만 지켜도 흰옷의 수명은 눈에 띄게 길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