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하다 보면 프라이팬 바닥에 까맣게 눌어붙은 자국이 생깁니다. 설거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쓸수록 갈색에서 검은색으로 진해지죠. 이 눌음자국은 대부분 기름이 고온에서 산화·중합되면서 만들어진 얇은 탄화막입니다. 단순한 음식 찌꺼기가 아니라 화학적으로 굳어버린 층이기 때문에, 세제와 수세미만으로는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무작정 힘으로 긁는 대신 열과 알칼리로 불려서 결합을 끊어주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팬의 재질입니다. 재질을 모르고 방법을 잘못 고르면 팬을 못 쓰게 만들 수 있습니다. 불소수지 코팅팬(테프론 계열)은 표면이 매끈하고 검거나 회색이며, 철수세미와 강한 세제를 절대 쓰면 안 됩니다. 스테인리스팬은 은색으로 반짝이고 자석이 붙거나 붙지 않으며, 비교적 강한 세척이 가능합니다. 무쇠팬과 탄소강팬은 무겁고 검은색이며 기름을 먹여 길들이는 방식이라 세제 사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세라믹 코팅팬은 흰색이나 밝은색 표면이 많고, 코팅팬에 준해 부드럽게 다뤄야 합니다.
코팅팬의 눌음자국은 대부분 코팅 위에 얹힌 기름때입니다. 먼저 팬에 물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붓고 베이킹소다 한 큰술을 넣습니다. 약불에서 5분 정도 끓이면 눌은 자국 가장자리가 들뜨기 시작합니다. 불을 끄고 물이 미지근해질 때까지 10~15분 그대로 둔 뒤, 실리콘 주걱이나 나무 주걱으로 살살 밀어내면 갈색 층이 떨어져 나옵니다. 남은 부분은 부드러운 스펀지에 주방세제를 묻혀 원을 그리며 닦아냅니다. 철수세미, 멜라민 스펀지, 칼날은 코팅을 긁어 미세한 흠집을 만들고 그 자리에 다시 음식이 눌어붙게 하니 쓰지 마세요.
스테인리스팬은 조금 더 과감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팬에 물을 2~3cm 붓고 식초를 반 컵 넣은 뒤 끓입니다. 5분쯤 끓이고 불을 끈 다음 베이킹소다 두 큰술을 조금씩 나눠 넣으면 거품이 크게 일면서 탄 자국이 부풀어 오릅니다. 거품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버리고, 남은 부분에 베이킹소다를 뿌려 반죽처럼 만든 뒤 수세미로 문지릅니다. 그래도 남는 심한 탄 자국에는 과탄산소다가 효과적입니다. 물 1리터에 과탄산소다 한 큰술을 풀어 팬에 붓고 약불에서 10분간 데운 후 1시간 정도 방치하면 검은 층이 흐물흐물해집니다. 스테인리스는 스테인리스 전용 수세미나 고운 스카치브라이트로 결 방향을 따라 문질러야 얼룩이 남지 않습니다.
무쇠팬과 탄소강팬은 물에 오래 담가두면 녹이 슬기 때문에 방법이 다릅니다. 팬을 약불에 올려 따뜻하게 데운 뒤 굵은소금을 두세 큰술 뿌리고, 키친타월이나 반으로 자른 감자로 문지릅니다. 소금 알갱이가 연마제 역할을 해서 탄 자국을 벗겨냅니다. 그래도 남으면 물을 조금 붓고 끓여 불린 다음 나무 주걱으로 긁어냅니다. 세척이 끝나면 반드시 물기를 완전히 날려야 합니다. 팬을 불에 올려 수분을 증발시키고, 식용유를 아주 얇게 발라 연기가 살짝 날 때까지 가열한 뒤 식히면 기름막이 다시 살아납니다.
팬 안쪽보다 더 골치 아픈 건 바깥 바닥면과 옆면에 겹겹이 쌓인 검은 기름때입니다. 이건 여러 번 가열되며 굳은 층이라 시간이 필요합니다. 싱크대에 뜨거운 물을 받고 과탄산소다를 물 5리터당 세 큰술 정도 풀어 팬을 통째로 30분~2시간 담가둡니다. 손잡이가 나무나 플라스틱이면 그 부분은 물 밖에 두세요. 불린 뒤 낡은 칫솔이나 플라스틱 스크레이퍼로 긁으면 층층이 벗겨집니다. 한 번에 다 지우려 하지 말고 두세 번에 나눠 반복하는 편이 팬에도 손목에도 안전합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코팅팬을 빈 상태로 강불에 올려 태우는 방법은 코팅이 분해되며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어 절대 금물입니다. 알루미늄 팬에는 베이킹소다나 과탄산소다 같은 강한 알칼리를 오래 쓰면 표면이 검게 변색되니 짧게만 사용하세요. 식초와 락스는 절대 함께 쓰지 않습니다. 유독가스가 발생합니다. 뜨거운 팬을 찬물에 바로 담그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급격한 온도차로 팬이 휘어 바닥이 뜨면 열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아 더 잘 눌어붙습니다.
눌음자국은 생기기 전에 막는 게 가장 쉽습니다. 요리 직후 팬이 아직 따뜻할 때 미지근한 물을 부어 두면 대부분의 찌꺼기가 저절로 떨어집니다. 예열은 중약불에서 충분히 하되 강불로 장시간 비워두지 말고, 기름은 팬이 데워진 다음에 두르세요. 설거지 후에는 물기를 완전히 말려 보관하고, 팬을 겹쳐 쌓을 때는 사이에 키친타월이나 펠트지를 끼워 표면 손상을 막아줍니다. 코팅팬은 아무리 관리해도 소모품이라 코팅이 벗겨지고 계속 눌어붙기 시작하면 교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렇게 재질에 맞는 방법으로 한 번만 제대로 벗겨내면, 다음부터는 설거지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