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주머니에 꽂아 둔 볼펜이 새서 파랗게 번져 있거나, 아이가 바지에 볼펜으로 낙서를 해 놓은 경우 정말 당황스럽죠. 볼펜 잉크 얼룩은 한번 생기면 안 지워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잉크의 종류에 맞는 방법을 쓰면 집에서도 꽤 깨끗하게 지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무작정 물을 묻혀 문지르면 얼룩이 더 넓게 퍼지니 순서를 꼭 지켜 주세요.
먼저 어떤 펜의 잉크인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볼펜은 기름 성분의 유성 잉크라서 물에 잘 녹지 않고 알코올에 녹습니다. 사인펜이나 수성 볼펜은 물에 녹는 수성 잉크이고, 젤펜은 그 중간 성질이라 물과 알코올 모두에 어느 정도 반응합니다. 펜이 남아 있다면 휴지에 살짝 그어 보고 물을 떨어뜨렸을 때 번지면 수성, 번지지 않으면 유성으로 판단하면 됩니다.
어떤 잉크든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문지르지 말고 두드려서 빼냅니다. 문지르면 잉크가 섬유 사이로 더 깊이 밀려 들어갑니다. 둘째, 얼룩 아래에 마른 수건이나 키친타월을 여러 겹 깔아서 녹아 나온 잉크가 아래 천으로 빠지게 합니다. 셋째, 뜨거운 물과 다리미, 건조기는 얼룩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사용하지 않습니다. 열을 받으면 잉크가 섬유에 고정되어 다시는 지우기 어려워집니다.
유성 볼펜 얼룩에는 소독용 알코올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얼룩 아래에 수건을 깔고, 화장솜이나 면봉에 소독용 에탄올을 충분히 적셔 얼룩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톡톡 두드려 주세요. 잉크가 아래 수건으로 옮겨 가는 것이 보이면 수건의 깨끗한 면으로 위치를 바꿔 가며 반복합니다. 알코올이 없다면 알코올 함량이 높은 손소독제를 같은 방법으로 써도 됩니다.
잉크가 어느 정도 빠졌다면 주방세제를 얼룩 부위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손가락으로 살살 비빈 뒤 찬물로 헹궈 주세요. 알코올로 녹여 낸 잉크의 기름 성분과 남은 알코올을 세제가 함께 씻어 냅니다. 이후 평소처럼 세탁기에 넣어 세탁하면 되는데, 세탁 전 얼룩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밝은 곳에서 꼭 확인해 주세요.
수성 잉크 얼룩은 비교적 쉽게 지워집니다. 찬물을 얼룩 뒷면에서 흘려 잉크를 먼저 밀어낸 다음, 주방세제나 액체 세탁 세제를 묻혀 손가락으로 두드리듯 빨아 줍니다. 그래도 색이 남아 있다면 산소계 표백제를 미지근한 물에 녹여 30분 정도 담가 두세요. 단, 산소계 표백제는 색깔 옷의 염료까지 빠질 수 있으니 안쪽 솔기에 먼저 시험해 본 뒤 사용해야 합니다.
젤펜 얼룩은 알코올과 세제를 번갈아 써야 합니다. 먼저 찬물과 주방세제로 수성 성분을 최대한 빼낸 다음, 남은 색은 소독용 알코올로 두드려 제거합니다. 젤펜 잉크는 안료 입자가 굵은 편이라 한 번에 다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알코올과 세제 단계를 두세 번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재에 따라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면이나 폴리에스터는 알코올을 써도 대부분 괜찮지만, 실크, 레이온, 아세테이트처럼 예민한 소재는 알코올에 변색되거나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런 옷은 반드시 안쪽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먼저 시험해 보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집에서 처리하지 말고 세탁소에 맡겨 주세요. 세탁소에 맡길 때는 어떤 펜의 얼룩인지 알려 주면 처리가 훨씬 수월합니다.
옷이 아닌 가구나 소파에 볼펜 자국이 생겼을 때도 방법은 비슷합니다. 패브릭 소파는 알코올을 묻힌 면봉으로 두드려 잉크를 녹이고 마른 수건으로 눌러 흡수시키면 됩니다. 가죽 소파는 알코올이 가죽의 마감을 벗겨 낼 수 있으니 아주 소량만 면봉 끝에 묻혀 선만 따라 살짝 닦고, 바로 가죽 전용 보습제를 발라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볼펜 얼룩은 생긴 직후일수록 잘 지워집니다. 외출 중에 볼펜이 샜다면 휴지로 잉크를 눌러 최대한 흡수시키고, 물은 묻히지 않은 채로 집에 와서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소독제가 있다면 휴지 아래에 대고 두드리는 응급처치만으로도 얼룩이 훨씬 옅어집니다.
정리하면 볼펜 잉크 얼룩은 유성이면 소독용 알코올, 수성이면 찬물과 세제, 젤펜이면 두 가지를 번갈아 쓰고, 어떤 경우든 문지르지 말고 두드리며 열을 가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셔츠 주머니에 볼펜을 꽂을 때는 뚜껑이 확실히 닫혔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도 들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