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며칠 이어지면 집 안 공기가 무겁고 끈적해집니다. 벽지에서 냄새가 나고, 옷장 속 옷에 습한 기운이 배고, 마룻바닥이 눅눅해지죠. 이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환기시켜야 하니까 창문을 활짝 열자"입니다. 하지만 비 오는 날 바깥 습도는 80~90%를 넘습니다. 실내보다 더 습한 공기를 집으로 들이는 셈이라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비 오는 날 습기 관리는 '창문을 열까 닫을까'가 아니라 '언제, 얼마나, 어디를 여는가'의 문제입니다.
먼저 기준을 잡으세요.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고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가 잘 번식하지 못하는 실내 습도는 40~60%입니다. 60%를 넘기면 곰팡이 포자가 활동을 시작하고, 70%를 넘으면 벽지와 가구 뒷면에 곰팡이가 눈에 보이게 생깁니다. 온습도계를 거실에 하나만 두지 말고, 가능하면 안방이나 옷방에 하나 더 두세요. 같은 집이라도 북향 방과 남향 방의 습도는 10% 이상 차이가 납니다.
비 오는 날 환기는 '짧고 강하게'가 원칙입니다. 창문을 30분 이상 활짝 열어두는 대신, 마주 보는 창문 두 곳을 5~10분만 열어 맞바람을 만들어 공기를 한 번 밀어냅니다. 실내에 갇힌 이산화탄소, 요리 냄새, 미세한 수분은 이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빠져나갑니다. 비가 세차게 들이치는 쪽 창문은 닫고, 반대편 창문과 현관문을 살짝 열어 통로만 만들어주는 방법도 좋습니다. 환기가 끝나면 바로 닫고, 제습기나 에어컨 제습 모드를 20~30분 돌려 들어온 습기를 걷어냅니다.
빨래는 비 오는 날 습기의 최대 주범입니다. 세탁물 한 통에는 물이 1~2리터 남아 있고, 실내에 걸면 그 물이 전부 집 안 공기로 들어옵니다. 실내 건조를 해야 한다면 탈수를 한 번 더 돌려 물기를 최대한 빼고, 옷 사이를 손가락 두 개 폭 이상 벌려 걸고, 반드시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옆에서 틀어 바람을 옆으로 통과시키세요. 위에서 아래로 부는 것보다 옷걸이 사이를 수평으로 통과하는 바람이 건조 속도를 두 배 이상 올립니다. 욕실에 걸고 환풍기를 돌리는 방식도 좋지만, 이때 욕실 문은 꼭 닫아 습기가 거실로 퍼지지 않게 합니다.
욕실은 비 오는 날 가장 먼저 곰팡이가 생기는 곳입니다. 샤워 후 벽과 유리에 남은 물기를 스퀴지나 마른 수건으로 한 번 훑고, 환풍기를 최소 30분, 가능하면 1시간 이상 돌리세요. 환풍기 필터에 먼지가 쌓여 있으면 배출 능력이 절반으로 떨어지니 두세 달에 한 번은 커버를 열어 청소해 주세요. 실리콘 줄눈에 검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초기입니다. 마른 상태에서 락스를 물에 10배 희석해 키친타월에 적셔 줄눈에 붙이고 20~30분 뒤 떼어내면 대부분 지워집니다. 이때 환기는 반드시 하고, 산성 세제와 절대 섞지 마세요.
옷장과 신발장, 붙박이장 안쪽은 공기가 고여 습기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입니다. 비 오는 날에는 옷장 문을 반쯤 열어두고 서큘레이터로 안쪽까지 바람을 보내주세요. 옷을 벽에 딱 붙여 걸지 말고 뒷면과 벽 사이에 5cm 정도 공간을 두는 것만으로도 곰팡이 발생률이 크게 떨어집니다. 제습제는 아래쪽이 아니라 옷장 위쪽 선반이나 중간 높이에 두는 게 효율적이라고 오해하는 분이 많지만, 습한 공기는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으므로 바닥 쪽에 하나, 중간에 하나 두는 조합이 가장 좋습니다.
돈 안 들이고 쓸 수 있는 재료도 많습니다. 신문지는 표면적이 넓고 잉크가 습기와 냄새를 함께 잡아줘서, 신발 속·서랍 바닥·싱크대 하부장에 깔아두면 좋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갈아주세요. 굵은소금은 넓은 그릇에 담아 창가나 붙박이장에 두면 습기를 흡수해 뭉치는데, 뭉친 소금은 프라이팬에 볶아 말리면 다시 쓸 수 있습니다. 다 쓴 커피가루는 완전히 말린 뒤 통에 담아 신발장이나 화장실에 두면 제습과 탈취를 동시에 합니다. 젖은 상태로 두면 오히려 곰팡이가 피니 반드시 바싹 말려서 쓰세요. 숯도 좋은 선택이며, 한 달에 한 번 물에 씻어 햇볕에 말리면 반복 사용이 가능합니다.
에어컨을 쓸 수 있다면 가장 강력한 제습기입니다. 냉방보다 제습 모드가 전기를 덜 쓰면서 습기를 잡아주고, 실내 온도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아 여름 장마철에 적합합니다. 제습기를 쓸 때는 문을 닫은 방 하나씩 순서대로 돌리는 게 거실에서 집 전체를 상대하는 것보다 효율이 훨씬 높습니다. 물통은 매일 비우고, 통 안쪽은 일주일에 한 번 식초물로 닦아 물때와 냄새를 막아주세요.
마지막으로 비가 그친 직후가 진짜 골든타임입니다. 비가 멈추고 햇살이 들면 그때 창문을 30분에서 1시간 활짝 열고, 옷장·서랍·이불장 문까지 전부 열어 집 안에 갇혀 있던 습기를 한 번에 내보내세요. 이불과 베개는 이때 잠깐이라도 바람을 쐬어주면 눅눅한 냄새가 사라집니다. 비 오는 날에는 습기를 '가두지 않는 정도'로 관리하고, 비가 그치면 '몰아서 배출한다'는 리듬만 기억하시면 장마철에도 집 안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