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이나 전을 부친 뒤 남은 기름,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몰라 며칠씩 냄비째 방치해 둔 적 있으시죠. 가장 편해 보이는 방법은 싱크대에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지만, 이것만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식용유는 상온에서 배관 벽에 붙어 굳으면서 음식물 찌꺼기를 끌어모아 기름 덩어리를 만듭니다. 이 덩어리가 배수구 냄새와 역류, 심하면 배관 막힘으로 이어집니다. 기름 1리터가 오염되는 물의 양은 욕조 수백 개 분량이라는 계산도 나올 만큼 환경 부담도 큽니다. 뜨거운 물과 세제를 함께 흘려보내면 괜찮다는 말도 흔하지만, 기름은 배관을 지나 조금 식으면 다시 굳기 때문에 위치만 옮겨지는 셈입니다.

fried food on black pan

기름을 버리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완전히 식히는 것입니다. 뜨거운 기름을 비닐봉지나 종이팩에 바로 담으면 봉지가 녹아 새거나 화상 위험이 있습니다. 불을 끄고 최소 한두 시간, 양이 많다면 반나절 정도 그대로 두어 실온까지 식힌 뒤 작업을 시작하세요. 이때 냄비 뚜껑은 살짝 열어두어 수증기가 빠지게 하면 기름에 물이 섞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양에 따라 처리 방법을 고르는 단계입니다. 프라이팬에 한두 숟갈 정도 남은 소량, 냄비 바닥에 깔릴 만큼의 중간 양, 튀김을 한 뒤 남은 500ml 이상의 다량으로 나누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소량은 흡수해서 종량제 봉투, 중간 양은 굳히거나 흡수, 다량은 폐식용유 수거함 배출이 기본 원칙입니다.

a close up of a metal sink drain

소량일 때는 키친타월이나 신문지로 닦아내는 방법이 가장 빠릅니다. 팬이 미지근할 때 키친타월을 여러 장 겹쳐 기름을 흡수시키고, 남은 얇은 기름막은 밀가루나 베이킹소다를 조금 뿌려 함께 닦아냅니다. 사용한 키친타월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립니다. 기름이 묻은 종이는 재활용이 되지 않으니 종이류로 배출하지 마세요.

중간 양이라면 흡수재를 이용해 완전히 굳혀 버리는 것이 깔끔합니다. 시중에 파는 기름 응고제를 쓰면 뜨거운 기름에 가루를 넣고 저은 뒤 식히기만 해도 젤리처럼 굳어 그대로 떼어 버릴 수 있습니다. 응고제가 없다면 우유팩이나 두꺼운 종이컵에 신문지나 폐휴지를 채워 넣고 식은 기름을 천천히 부어 흡수시키는 방법도 좋습니다. 팩 입구를 테이프로 봉하고 다시 비닐봉지에 한 번 더 싸서 종량제 봉투에 넣으면 새지 않습니다. 밀가루를 기름과 비슷한 비율로 섞어 반죽처럼 만들어 버리는 방법도 쓰이는데, 하수구로는 절대 흘리지 말고 반드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합니다.

a pile of white toilet paper sitting next to each other

500ml 이상 많이 남았다면 버리지 말고 모아두는 것이 정답입니다. 튀김 기름은 찌꺼기를 걸러내면 두세 번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식힌 기름을 촘촘한 체나 커피 필터, 면포에 한 번 걸러 유리병이나 밀폐용기에 담고,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세요. 기름에서 쿰쿰한 냄새가 나거나 색이 진한 갈색으로 변했다면, 점도가 끈적해지고 가열할 때 거품이 심하게 일면 재사용을 멈추고 폐기합니다.

재사용이 어려운 폐식용유는 페트병이나 빈 식용유 통에 모아 폐식용유 수거함에 넣습니다. 아파트 단지라면 분리수거장 한쪽에 폐식용유 전용 수거함이 마련된 곳이 많고, 주택가는 주민센터나 구청 홈페이지에서 수거 거점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거함에 넣을 때는 물이나 음식물 찌꺼기가 섞이지 않게 걸러서 담고, 뚜껑을 닫아 옮긴 뒤 수거함에 기름만 부으면 됩니다. 모인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이나 비누 원료로 재활용되니 제대로 배출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큽니다.

clear glass jar with brown liquid inside

마지막으로 기름을 다룬 냄비와 팬 설거지 요령입니다. 기름기를 키친타월로 먼저 닦아낸 뒤 설거지를 시작하면 세제도 적게 들고 배관에 흘러 들어가는 기름도 크게 줄어듭니다. 남은 기름기는 뜨거운 물에 주방세제를 풀어 잠시 불린 다음 닦으면 쉽게 빠집니다. 싱크대 배수구에는 거름망을 꼭 끼워두고, 한 달에 한 번쯤 베이킹소다와 뜨거운 물로 배관을 관리해 주면 기름때로 인한 냄새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요리할 때 기름을 애초에 필요한 양보다 조금만 넣는 습관, 튀김 대신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하는 방법도 폐기름 스트레스를 줄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A white recycling symbol on the side of a blue plastic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