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갑자기 하수구 냄새가 올라올 때, 대부분은 "청소를 안 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배수구 냄새는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배수관 안에 고여 냄새를 막아주는 물, 즉 봉수가 말라버린 경우, 둘째는 배수구 내부 벽면에 기름때와 비누 찌꺼기가 쌓여 세균이 번식하는 경우, 셋째는 배수 트랩 자체가 없거나 파손된 경우입니다. 원인이 다르면 해결법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무작정 세정제를 붓기 전에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해볼 진단은 간단합니다. 냄새가 나는 배수구에 물을 1~2리터 정도 천천히 부어보세요. 물을 붓고 10분쯤 지난 뒤 냄새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 봉수가 말라 있었던 경우입니다. 잘 쓰지 않는 욕실, 세탁실, 다용도실 배수구에서 특히 흔하게 생기고, 여름철 에어컨을 켜고 창문을 닫아둔 집이나 장기 여행 후에 자주 나타납니다. 이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해당 배수구에 물을 한 바가지씩 부어주는 것만으로도 냄새가 거의 사라집니다. 아예 물이 마르지 않게 하려면 배수구에 물을 채운 뒤 식용유를 한 큰술 정도 부어두세요. 기름막이 물 표면을 덮어 증발을 늦춰줍니다.

a close up of a metal sink drain

물을 부어도 냄새가 그대로라면 내부 오염이 원인입니다. 주방 싱크대라면 기름때, 욕실이라면 머리카락과 비누 찌꺼기, 세탁실이라면 세제 찌꺼기와 먼지가 뭉친 덩어리가 주범입니다. 이때는 순서를 지켜서 청소해야 효과가 확실합니다. 먼저 배수구 커버와 거름망을 분리해 손이 닿는 곳의 이물질을 전부 걷어냅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오래된 칫솔이나 젓가락에 키친타월을 감아 배수구 입구 안쪽 벽면을 닦으면, 미끌미끌한 점막 형태의 오염물이 나옵니다. 사실 냄새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점막에서 나오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긁어내는 이 단계를 빼면 아무리 좋은 세정제를 써도 며칠 뒤 냄새가 돌아옵니다.

물리적 제거가 끝나면 화학적 세척을 합니다. 가장 무난한 조합은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입니다. 배수구에 베이킹소다를 반 컵 정도 골고루 뿌리고, 그 위에 구연산 물(따뜻한 물 500ml에 구연산 2큰술)을 천천히 붓습니다.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나면서 오염물을 들어올리니 그대로 15~20분 두었다가 6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한 번에 콸콸 흘려보내세요. 주방 배수구처럼 기름때가 심한 곳은 과탄산소다가 더 효과적입니다. 과탄산소다 3~4큰술을 뿌린 뒤 40~5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부으면 산소 거품이 발생해 기름과 단백질 오염을 분해합니다. 단, 과탄산소다와 구연산은 서로의 효과를 상쇄시키니 같이 쓰지 말고 하나만 선택하세요.

a can of baking powder sitting on a table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락스(염소계)와 산성 세정제, 구연산, 식초를 함께 쓰면 유해한 염소 가스가 발생하므로 절대 섞지 마세요. 락스를 쓸 거라면 다른 세정제를 흘려보내고 물로 충분히 헹군 뒤, 최소 하루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끓는 물을 그대로 붓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PVC 배수관은 열에 약해 변형되거나 접합부가 벌어질 수 있으니, 손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60~70도 물까지가 적당합니다.

청소를 다 했는데도 냄새가 계속 올라온다면 구조 문제를 봐야 합니다. 싱크대 하부장 문을 열고 배수 호스와 바닥 배수구가 만나는 부분을 확인해보세요. 호스가 그냥 구멍에 꽂혀 있고 틈이 벌어져 있다면 그 틈으로 하수 냄새가 통째로 올라옵니다. 이럴 때는 철물점이나 생활용품점에서 파는 배수구 실링 캡(고무 패킹)을 끼워 틈을 막거나, 방수 테이프로 호스와 구멍 사이를 감아주면 즉시 개선됩니다. 욕실 바닥 배수구는 트랩이 얕은 구형 제품이 많은데, 이 경우 물이 고이는 형태의 사이펀 트랩 배수구 커버로 교체하면 냄새가 크게 줄어듭니다. 임시로는 배수구 위에 실리콘 덮개나 물을 채운 접시를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냄새 차단 효과가 있습니다.

a white tiled floor

마지막으로 재발을 막는 관리 습관을 정리해봅니다. 주방에서는 기름진 국물이나 튀김 기름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말고 키친타월로 닦아 종이류와 함께 버립니다. 설거지 마지막에 뜨거운 물을 30초 정도 흘려보내면 관 벽에 기름이 굳는 걸 늦출 수 있습니다. 욕실은 머리카락이 배수구에 들어가지 않게 스티커형 거름망을 붙여두고 2~3일에 한 번 떼어 버리세요. 세탁실 배수구는 세탁 후 마지막 배수 물이 그대로 봉수 역할을 하도록 두고, 한 달에 한 번 과탄산소다로 관리합니다. 이 정도만 지켜도 배수구 냄새로 스트레스받는 일은 거의 없어집니다. 그래도 온 집안 배수구에서 동시에 냄새가 난다면 개인 청소 범위를 넘어 건물 공용 배수관 문제일 수 있으니,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배관 청소를 요청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입니다.

white and black stick with white light